고희선 (주)농우바이오 회장

“종자산업을 지킨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좋겠다”

씨없는 수박을 만들어 낸 세계적인 육종학자 우장춘 박사가 우리 종자산업의 선구자였다면 그 뒤를 따라 IMF 여파로 국산 종묘회사들이 속속 외국 기업의 손으로 넘어가던 시절에 굳건히 (주)농우바이오를 지켜 온 고희선 회장. 가난한 종묘상 직원에서 글로벌기업 경영인으로 성장한 기업인. 다국적 기업들이 사들이지 못해 그렇게 아쉬워했지만 끝내 우리 종자를 지키는 파숫군으로 남은 자부심을 갖게 해준 종자인. 허튼 돈 한푼을 안쓰는 검소함 속에서도 수많은 인재를 위한 장학재단을 이끌어 온 사람. 투명경영을 철칙으로 알고 키워온 기업을 상장시켜 세계로 진출하는 모습을 실현해 보인 그에게서 희망의 씨앗을 본다.

농업은 첨단산업이다.

우리 농업에 희망이 있느냐는 질문에 주저없이 관행적인 농법을 지켜온 정책을 바꾸면 희망이 있는 첨단산업이 될수 있다고 말한다.

“농사 자체로는 1차산업에서 경쟁력이 없어요. 우리 영농규모가 평균 1ha미만이예요. 300~500ha 농사를 짓는 대농들과 경쟁력이 없어요. 부락을 1개의 영농 단위로 합쳐서 하는 방법들을 생각해내야 합니다. 거기에 고부가가치 농업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쌀을 막걸리, 한과 등으로 가공해서 파는 산업으로 발전하면 2차 산업이 되는 거지요. 마케팅이 더해지면 3차 산업이 되는 거구요. 거기에 첨단기술을 더하면 4차산업으로 발전하게 되는 거예요. 무엇보다도 첨단기술, 원천기술이 없는 현실을 벗어나야 합니다. 현재 IT강국이라지만 휴대폰, 반도체를 만들어 팔자면 소재, 원천기술을 가진 일본에 로얄티를 내는 것이 현실입니다. BT산업의 핵심은 종자와 의약이예요. 그동안 우리는 원천기술,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없이 응용기술만으로 버텨왔어요. 정부도 5년 임기 안에 성과가 눈에 보이는 것에만 투자했지요. 원천기술은 5년,10년,30년 꾸준하게 해야만 성과를 얻을수 있는 거예요. 그런 정책을 바꿔야 미래가 있어요.”

농업은 첨단산업이다.

종자산업의 경우 기술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제외하면 엄청난 고부가가치산업이다. 고추종자 1kg 생산원가는 50~100불이지만 시장가격은 3만불이나 된다. 농우바이오가 국산화한 토마토와 양파의 경우 지난 50년간 일본에 300억을 주고 사오던 것이었다. 그 300억도 기술료라는 명목으로 지불해왔던 로열티만 따져서 그렇고 생산 가치로 따지면 그 10배는 일본에 주어 왔던 것이다. 채소만 따져서 그렇지 화훼와 과수를 생각하면 얼마나 큰 돈이 새나가는 것인가?

종자개량에 대한 고회장의 집착은 우리 나라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 “지금 세계인구가 67억이예요. 그런데 10억이 기아에 시달려요. 57억만 먹는 거예요. 그런데 2050년이면 92억이 된다고 해요. 우리나라는 그때 4천만으로 줄고요. 2008년 4월에 톤당 180달러하던 옥수수가 년말에 420불로 치솟은 적이 있어요. 그러자 중국, 태국에서 수출을 금지해 버렸지요. 옥수수를 먹는데 쓰기보다 바이오 연료로 쓰면서 수요량이 갑자기 늘어서 그랬어요. 관행적으로 ha당 2톤이 나오는 생산량을 배는 늘려야 해요. 그런데 필요한 것이 기술개발이예요” 농업 구조가 바뀌고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몇 번을 거듭 말한다. 네덜란드는 제주도 만한 크기지만 세계 화훼시장의 50%를 차지한다. 반면에 우리는 돼지종자를 사오는데만 3천억을 쓴다. 축산, 어족자원, 산림자원에도 핵심코아기술이 없기 때문이라며 종자입국을 아쉬워 한다.

돈 쓸 줄 모르면 돈 못번다.

돈 버는 비결을 알려 달라는 물음에 고회장은 “돈 쓰는 법을 모르기 때문에 돈을 못번다. 돈 쓰는 것이 버는 것보다 더 어렵다. 첫째는 검소하게 사는 것이다. 자기 분수에 맞는 옷을 입고 형편에 맞는 차를 타는 사람이라야 돈이 모인다. 그리고 나서 돈을 써야할 곳, 벌어들일곳이라는 생각이 들면 과감하게 쓸수 있어야 해요”

IMF 시절 외국기업이 국내 산업을 통째로 사냥하던 시절에 IT에서는 안철수 의장이 그리고 BT에서는 고희선 회장이 외국기업의 천문학적인 돈을 거절한 사례로 꼽힌다. 왜 그 돈을 거절했느냐고 물었다. “돈에 묻혀 죽을 것도 아닌데 그 돈 가지고 뭘할까 싶었어요. 당시에 남들 다 돈이 없다고 할때여서 은행에 1억을 넣으면 2억5천만원으로 불려줄 때였어요. 돈 벌기는 좋은 때였지요. 하지만 개인재산도 한 30억이 넘으면 그건 다 국가 것이고 사회거지 개인 돈이라고 할수 없어요. 고비고비마다 내 애환이 서린 것을 접고 돈으로 바꿔 가지고 뭘하겠어요? 종자는 민족 전체의 자산이예요. 그걸 18%에서 30%까지 지켰다는 자부심 가지고 살아요. 나만 그런게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하는 이들 상당수가 그래요. 자기 혼자 편하게 살려면 기업안하는게 낫지요. 그래서 기업하는 사람이 대통령이나 정치인들보다 더 존경받는 세상이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농우바이오는 국내 4개 해외 4개 법인을 가지고 있다. 미국,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에 있는 해외 법인들은 모두 첨단 산업도시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리고 현지법인과의 합작법인이 아닌 우리 자본으로 진출한 독립법인이다. 중국의 경우에는 0.5% 미만이라는 희귀한 경우에 속한다

인재가 돈이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면 300%는 일할 수 있다. 하지만 5명이 80%만 일해도 400%가 된다. 내가 돈을 번 것은 99%가 사람이었다. 사람에 대해 투자해야 한다. 신입사원을 뽑으면 5년이면 40%가 자리를 옮긴다고 한다. 그 사이에 그 사람을 교육시키느라 들어간 비용은 어디가서 건질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람을 키워서 내보내는 것도 기업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인재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철저하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기본이 바로선 사람으로 길러야 한다. 나는 자식을 가르치는데도, 우리 직원들을 가르치는데도 그렇게 기본을 가르치느라 애썼다. 그 교육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농업정책을 바꾸려고 정치에 입문

정치에 입문하게 된 사정을 물었다. 화성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최근 한나라당 영통지역 당원협의회 위원장에 선임됐다. 종자산업에 평생을 매달려온 그는 우리 농업정책이 조금만 바뀌면 후대의 대한민국이 먹고 살 길이 열리는데 그러려니 농업정책을 바꿀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고 정치가 필연이 되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과 정치 어떤 것이 다르더냐고 묻자 “행정이나 기업은 이미 정해진 시스템을 실제로 적용하는 일이예요. 그래서 1 더하기 1은 2가 나와요. 하지만 정치는 아무 것도 정해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을 통해서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이예요. 그러니 밖에서는 맨날 싸움질하는 것으로 보지만 그 속에서 질서를 만들어가는 보람도 있어요” 라고 웃는다. 정치는 이런 시스템을 구축해가는 일련의 사건들이라고 정의한다. 툭툭 던지는 질문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정의하고 답하는 수준이 예상보다 훨씬 높다. 야무진 인상처럼 머릿속에서 컴퓨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후세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느냐고 물었다.

“우장춘박사가 일본에서 세계적인 육종학자로 성장한 후에 부친의 친일행적을 알게 되고 그것을 속죄하기 위해 일본에 처자식을 버려두고 한국으로 와서 평생 종자개량에 일생을 바쳤다. 그분이 우리나라 종자산업의 선구자였다면 나는 그 바톤을 이어받아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런 심정으로 살았다. 이제 누가 그 바톤을 이어 받아 줄지 모르지만 훗날 종자인들이 모여서 이야기 할 때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고희선이라는 종자인이 있었다고 기억해 준다면 바랄것이 없겠다”고 말을 맺었다.(김용현 기자)



Posted by allind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