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하도 별나서 유별난아이디어 하나로 단박에 부자가 되고 유명인사가 되는 세상을 산다. 하루하루 자기 일에 성실한 사람은 부자가 되거나 유명해질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맥빠지는 일이다. 그런 날이면 나는 곽득순 화백의 그림을 본다.

국립현대미술관 전시회마다 초대되서 오프닝을 지켜보고 작가들과 인터뷰를 하기도 하지만 젊은 작가들이 노리는 '기발한 한 방'에 언론이 놀아나는 것 같아서 맥이 빠지면 나는 곽득순의 그림을 본다.

그가 과천예총 회장을 할 때인 2007년 그는 작업할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고교 미술교사를 하면서도 쉬는 시간마다, 점심시간마다 그림 앞에 앉았노라는 회상을 했었다.

"화가란 모름지기 종이를 마주하고 붓을 들어야 하는 사람이다"라는그의 추상같은 단호함은 그림 그리는 일 외에는 아무 일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구도자 같은 모습을 느끼게 한다.

그렇게 그린 그림이 출품되어 입선을 하고 그 점수가 쌓여서 화가가 되고 국전 심사위원이 되고 제자를 받는 스승이 된다. 그를 보면 추녀끝의 물방울이 댓돌을 뚫는다는 옛말이 떠오른다. 그림보다 그의 사는 모습이 내게는 더 크게 올림이 된다.

"좋은 화가가 되려면 자기 재능이 그림인지 알아야 하고 좋은 스승을 만나야 하고 많이 공부해야 한다"는 그의 말은 출가한 스님들에게서 듣는 말처럼 느껴진다.

곽화백의 뒤를 이어 과천미협 회장을 지내는 후배는 음악이 자기 재능인줄 알고 음대까지 나온 뒤에 곽화백을 만났다. 그런 젊은이의 재능을 보고 그림을 권했고 그의 지도를 받은 그림은 홍대 출신들과 겨뤄 이기고 홍대에 들어가는 기적같은 일을 만들어 냈다.

'하늘이 준 내 재능이 그림에 있다는 것을 알고 산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말하면서도 시간을 아껴 작품하는 일에 매달리는 그의 모습이 부럽다.

Posted by allind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