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이해하기

왜 그렇게 험악한 생을 살아야 하는걸까요?

allinda 2010. 6. 5. 15:35

새벽 3시에 일어나 아직 초등학교에도 들어가지 않은 어린 남매가 종일 먹을 밥을 해놓고 집을 나선다. 염리동 떡집에서 뜨거운 인절미를 받아 남대문 시장까지 머리에 이고 가서 밤 열시가 넘도록 떡이 다 팔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걸어서 돌아오면 기다리다 지친 남매는 잠들어 있었다. 대충 씻고 누우면 세시간 남짓 잤을까? 털신 하나를 사 신지 못하고 고무신에 버선발로 시장바닥에서 하루를 보내면 겨울이면 발은 동상이 걸렸다. 새벽에 받은 떡을 머리에 이고 시장까지 걸어가기를 여러 해. 머리가 뜨거워 지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나중에 떡장사를 그만두고 몇해가 지나서야 머리 아픈 것이 조금 사라졌다. 그렇게 험악한 세월을 살았다.

올해 아흔 여덟되신 외할머니께서 아직 살아 계십니다. 일곱 자식을 낳아 모두 앞세우고 마지막 아들 하나는 얼마 전에 병원에서세상을 떴는데도 아직 모르십니다. 생각나면 "애비는 어디갔냐?" "네 놀러 나가셨어요" "돈도 많다. 그렇게 놀러 다니게"하십니다.

정신이 드시면 "예배당 가면 하나님께 물어 봐라. 왜 이렇게 오래 사는 건지. 언제쯤 갈수 있는 건지...."하십니다. 평생 좋은 꼴을 보신 기억이 없습니다. 참 험악한 세상을 사셨습니다. 왜 그렇게 험악한 세상을 사셔야 했을까요?

사는 일이 하도 힘들어 해질녁 예배당 종소리에 끌려교회에 나가신 덕분에 대략 30여명의 자손들이 예수를 믿게 돼었습니다. 하나님이 할머니를 세상에 보내신 것은 그런 뜻이 있으셔서 였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