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국 / 주민소환 시험거친 4선 과천시장

여인국 / 과천시장

여인국 과천시장 "드라마틱 12년 관료인생 2막 접고..정치인생 3막은 '고향서'"

2014.4.7 중부일보 인터뷰 http://www.joongboo.com/news/articleView.html?idxno=915575

2년 반 전 그대로 였다. 묻지마 ‘주민소환’을 당했던 2012년 10월 7일 그를 만났을 때와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었다. 정확하게는 12년 째 그대로다. 여인국 과천시장의 집무실은 장장 12년의 세월을 비켜갔다. 쇼파, 책상, 회의용 테이블…. 2002년 시장(市長) 취임 때 들여놓은 촌티 폴폴 나는 6인용 쇼파가 지금의 쇼파다. 엔틱(antique)과는 거리가 먼 투박한 책상도 지금의 책상이다. 12년, 80.04㎡(약 24평) ‘시공(時空)’에는 그의 고뇌와 결단, 이상과 현실의 무게만 고스란히 쌓였다. “도배는 한 번 한 것 같아요. 먹고, 즐기자는 스타일이라 치장하는 것을 싫어해서…. 하하.” 2년 6개월만인 지난 4일, 다시 만난 그는 홀가분해 보였다. 마치 온 힘을 던져 고산준봉(高山峻峯)을 넘은 초인(超人)의 모습처럼. 여 시장은 경기지역 시장·군수 31명 가운데 유일하게 ‘3선(選) 연임 제한’이란 인적(人的) 규제의 덫에 걸렸다. 김선기 평택시장은 5선, 김윤주 군포시장은 4선에 도전하고 있는데, 그는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내리 3번 당선된 영광의 그늘이다.



―6·4지방선거 얘기부터 하죠. 3선 연임 제한에 걸린 분이 몇 분 더 있죠.

“전국에 22명 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경기도내에서는 나 한 명이고.”

―3선 연임 제한 문제 있는 것 아닌가요.

“장단점이 있어요.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시민이 결정하게 해야지, 법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20~30년 하게되면, 그것도 문제 아닌가요.

“시민들이 그렇게 해주나요? 안 해주죠. 요즘 시민들이 얼마나 관심이 많은데.”

―시민들은 시장 바꾸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데요.

“그러면 공무원들이 바꿔달라고 하겠죠. 사전선거운동 비슷하게 해서 제발 바꿔달라고 하겠지요.”

―새누리당 공천을 3번 내리 받으셨는데, 경선은 했나요.

“처음 공천 받을 때 경선했죠. 두번째도 여성 전략 공천 때문에 면접을 봤고요.”

―중앙 정치권에서 공천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반대해요. 원래 공천 찬성론자였고, 지금도 찬성하지만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돼요. 애매모호한 기준을 갖고 자기 사람을 심어서는 절대로 안돼요. 주민들이 납득할만한 정말 상향식 공천을 해야지요. 여성공천지역이라고 해서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람을 공천해서 주민 반발을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이런 이유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이 기초선거 ‘무(無)공천’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 아닌가요?

“문제가 있다고 봐요. 책임지는 정당에서 후보를 한 번 정도 걸러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몸 담고 있는 새누리당이 현재 하고 있는 공천 방식이 상향식 같은가요.

“일부 지역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른 지역은 모르겠고, 내가 접하고 있는 지역을 볼 때는 문제가 있다고 봐요.”

―새정연 소속 단체장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어떤 영향이 있을 것 같나요.

“나는 이렇게 봐요. 물론 기호가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당에 대한 선입견, 선호하는 당이 있으니까 영향을 미칠 겁니다. 하지만 결국은 인물위주로 갈 겁니다.”

―현직 시장·군수들은 기호 7, 8번 받으면 주민들이 자신의 이름을 어떻게 알아서 찍느냐고 반문하는데요.

“그거는 맞는 말이예요. 영향은 좀 있겠죠. 그런데, 이제 지방선거에서는 (정당 쏠림현상이)썩 강한 것 같지는 않아요. 인물위주로 가고. 무슨 당만 된다.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12년 내리 시장을 하셨는데, 주민 몇 %정도나 이름을 안다고 생각하세요.

“과천은 작기 때문에… (잠시 생각) 그거는 자신 못하겠네요.”

그는 7만명을 조금 넘는 과천주민들에게 ‘3+1’ 투표에서 모두 신임을 받았다. 3번은 시장선거에서, 1번은 주민소환투표에서다. 한 번도 힘들다는 직접 선거(투표)에서 4전 전승을 한 셈이다.

―민선 5기(2010~2014년) 단체장 가운데 유일하게 주민소환을 당했는데, 그때 심정이 어땠나요.

“현행 주민소환 제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소환한 사람에 대해서도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해요. 보금자리 주택 때문에 집 값 떨어진다고 소환했던 거예요. 그런데 (소환한 쪽에서)정작 모든 이슈를 다 들고 나왔어요. 선거 1년 만에 똑 같은 선거를 또 치른 셈이죠. 나를 반대하시는 분들이 ‘내가 여인국 시장 싫어하고, 당도 다르지만 이건 아니다. 이런 식으로 시장을 소환해서는 안된다’고 하셨어요. 기준을 엄격하게 하고 소환한 사람도 책임을 묻고, 비용까지 다 부담하게 해야합니다. 시장이 부정부패하면 사법기관에서 수사해서 구속시키면 돼요. 소환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이루어져야 합니다.”

―내공이 쌓인 단체장들이 가끔 이런 말을 하더군요. ‘행정가적 양심과 정치가적 입장은 다르다’고. 시정을 운영하면서 비슷한 갈등을 경험한 한 적이 있나요.

“재건축 사업을 입안할 때 힘들었죠. 경기도청 국장을 했기 때문에 분명히 이 정도 용적률 가지고는 통과가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안 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 올려 놓고 ‘나는 할 일 다했다’ 그렇게 할 수는 없잖아요. 행정가로서 양심이죠. 그런데, 정치가의 입장은 달라요. 주민들은 ‘될지, 안될지 모르는 데 왜 당신이 거기서 막느냐. 당신 생각이 틀릴 수 있지 않느냐’고 해요. 일리가 있는 말이죠. 시의회도 주민 뜻을 못 받아들아냐고 했고요. 그래서 올렸지만, 결국 내가 말한대로 다 내려왔어요.”

―과천시의회도 여소야대가 된 적 있나요.

“지금 여소야대예요. 불만이 많죠. 합리적이지 못하고 무조건 반대만하는 사례가 많으니까. 기초의원들도 시민들이 잘 뽑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요?

“의도적으로 반대하는 게 있어요. 정치적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거죠. 시민들을 위해서라고 하는데 정말 시민들을 위한다면 정확하고 냉철하게 판단해서 해야지….”

―새정연이 무공천하면, 당선되도 무소속인데 복잡해지겠네요.

“만약에 무공천 했으면 당에서도 임기 동안에는 당에 못 들어오게 해야죠. 그래야 (무공천)의미가 있는 거죠. 선거만 무공천하고 그 다음에는 당에 들어와라 이거는 뭐, 말이 안되는 거죠.”

―기초의원까지 굳이 정당공천해야 되느냐 이런 얘기도 많잖아요.

“솔직히 시의원 선거는 안했으면 좋겠어요.”

―그럼 시장은 누가 견제하죠.

“선거가 하죠. 준엄한 심판을 내리는 거죠. 시민단체도 많잖아요. 요즘은 시장이 마음대로 못해요. 공무원 조직도 합리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시장을 충분히 견제할 수 있고요. 시의회의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해서 존치가 필요한지 대해서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봐요.”

교통부(현 국토교통부) 관료 출신인 여 시장은 석달 뒤면 일단 민관복(民官服)을 벗는다. 22년 관료, 12년 반(半)관료 인생 2막이 끝나고, 3막이 시작된다. 기승전결(起承轉結)로 이루어진 보통의 줄거리는 3막에 해당되는 전(轉)부분이 가장 드라마틱하다. 인생으로 치면 살아온 삶을 세상이 증명해주는 시기라서 그렇다.

―임기가 3개월 정도 남았는데, 계획은 세우셨나요.

“6월 3일까지만 할 거니까 두 달 남았네요. (차기 시장이 선출되면)부시장에게 권한을 주고 새로운 시장팀이 일할 수 있게 해줘야죠. 출근은 하겠지만, 업무에는 관여하지 않을 겁니다. 간부회의 같은 것은 새 시장이 해야죠. 간부들도 적응하는 시간 필요할테니까요. 한 달 정도 빠져 주는 거죠.”

―임기 후 계획은 뭔가요.

“어떤 모임에 가면 ‘과천시장 3선 했으니까 국회의원 한번 해야죠’라고 합니다. 그 다음에는 국회의원 욕을 해요. 그리고 헤어질 때는 국회의원 꼭 나오라고 말씀하십니다. 어떻게 하라는 건지…. 엊그제 직원들과 식사를 했는데 농담 삼아 4년 후에 다시 올 수도 있다고 했어요. 끝가지 열심히 하자는 취지였죠.”

―정치는 계속 하실 거죠.

“현재 상태에서는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는 데 좀 봐야죠. 변수도 많으니까.”

―정치를 하시면 과천에서 하시겠죠.

“그래야죠. 제가 어디를 가겠습니까. 고향이 과천인데. 30년 넘게 살았는데요.”

여 시장은 예정보다 5분 가량 늦게 집무실로 돌아왔다. 염색을 하느라 조금 늦었다고 했다. 점심 시간 즈음에 시작한 인터뷰는 시청 맞은 편 중국식당으로 이어졌다. 여 시장은 아예 반나절 휴가를 내고, 고량주와 소주에 맥주를 섞은 폭탄을 돌렸다.(인터뷰는 끝난 상태였다) 잔이 몇 순배 돌자 이 얘기는 꼭 써달라고 했다. “과천동에 갔는데 젊은 엄마들이 교육에 관심 많이 가져줘서 고맙다고 하데요. 전국 최초로 교육지원과를 만들었잖아요. 그 얘기 들었을 때 너무 기분이 좋더라고요.” 내리 4번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주는 빛이다.

 

★여인국 과천시장은?

▶서울매동초등학교, 청운중학교, 경복고등학교, 한국외국어 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 도시계획학과 도시계획학 석사

▶경원대학교 대학원 도시계획학과 박사

▶제 24회 행정고시 합격, 경기도 건설도시정책국장, 경기도 환경국장, 용인시 부시장

▶제 9, 10, 11대 과천시장 (02.7.1 ~ 현재)

인터뷰 / 한동훈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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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2일 지방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다. 3선 도전이 시작될 무렵 상황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았다. 후보 공천을 놓고 겨루던 임기원 시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하고 주민들이 바라던 재건축 용적율은 250%에서 200% 아래로 낮아졌다는 경기도의 회신으로 여후보가 무능해서 그렇다는비난이 빗발쳤다. 그가 추진하던 화훼단지 개발과 지식정보타운, 관광단지 조성 사업도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그를 밀었고 2010년 선거가 야풍으로 인근의 지자체가 모두 민주당 단체장에게 넘어가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을 구했다는 평가까지 받게 됐다.

2011년 주민소환으로 직무정지를 당하나투표인 미달로 개함을 못해 2011.11.17 시장직에 복귀했다.

02년 7월 3기 민선 과천시장으로 취임한 여 시장은 자치단체장 가운데 몇 안되는 환경 전문행정가 출신이다. 행정고시 합격 후 처음 환경청 근무를 시작한 후 환경영향평가 과장, 법무담당관 사무관을 거쳐 경기도 환경국장,용인 부시장까지 지냈다. 특히 86∼88년까지 법무담당관 사무관 시절에는 환경기본법 분법(分法) 실무 작업을 전담해 환경법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이론 뿐 아니라 자전거로 직접 출퇴근하는 ‘실천가’로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