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성태 LH동탄직할사업단장

“역사가 없어질 때까지 남는 도시를 만든다”

죽을 때까지 일할 수 있는 토목인이어서 좋다

마음에 여유를 가지면 유혹에 빠지지 않고 살수 있다.


전쟁으로 상이군인이 되신 부친은 맏아들이 교사가 되길 바라셨다. 왜소한 체구에 책만 파던 아들은 어느날 자신을 바꾸기로 마음먹고 토목과로 진학한다.

졸업후 한국토지공사에 입사해서 6월이면 30년이 되는 김성태 단장. 수도권 1기 신도시 평촌, 분당, 부천을 시작으로 2기 신도시 조성 사업을 주도하는 일을 했다. 용인 동백과 위례신도시도 그의 작품이다.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합병해서 LH공사로 바뀌고 동단직할사업단장으로 온 그를 만났다. 업무를 채 익히기도 전에 조직을 가동하고 동탄2 보상관련 민원등으로 분주해서 짬을 내기 어려웠다.


1시간짜리 소주미팅으로 단합 이끈다


사업단을 이끄시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는 태생적으로 서로 다른 조직입니다. 그런 조직을 합쳐 놓고 일을 하려니 문화적인 충돌을 극복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본래 주공은 한자리에서 자기 전문 분야를 담당하는 스페셜리스트들이고 토공은 순환보직이 원칙이어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어느 자리에 갖다놔도 일이 가능한 제네럴리스트 들이예요. 이 조직이 합쳐서 일을 하려니 조직문화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힘들었지요. 술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딱 1시간이라는 한계를 정해놓고 직원들과 자주 자리를 합니다. 4명당 1만원하는 안주를 놓고 즐깁니다. 술을 좋아하는 직원에게도 한계를 정하게 하고 술을 즐기지 않는 직원들도 견딜수 있게 하는 방법이지요.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토목일이 좋으신가요?

-세월이 지나도, 나라가 없어지기 전에는 끝까지 남는 것이 토목입니다.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달려들어 볼만한 일이지요. 평촌 신도시에 최초로 지상위에 차가 없는 지하공간 개발을 시도했고 분당에서는 탄천을 복개하자는 것을 열린 공간으로 두고 도심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지하화 했어요. 위례신도시에서는 전체용적율 200%를 이끌어 내기도 했습니다. 200% 라면 35층까지도 지을수 있는 거예요. 동탄2를 두고도 후손에게 가장 쾌적한 공간을 만들어 준다는 생각을 하고 일을 합니다.

토목일은 늙어서도 할수 있는 직업이라서 좋아요. 은퇴하고도 논문만 남은 박사과정을 마치면 학교에서 강의를 할수도 있구요. 어느 곳에서든 자문역할을 할 곳도 많아서 만족하고 있어요.


직원들은 어떻게 이끌어 가시나요?

-마음을 편하게 가지면 유혹에 빠지지 않을 수 있어요. 집안에 아픈 사람만 없다면 일단 행복한 거예요. 봉급생활하는 사람이 돈 버는 방법은 안쓰는 것 뿐이예요. 받는 월급에서 먼저 떼어서 저축하고 생활비하고 용돈 좀 남으면 옆사람에게 술을 사라고 권해줘요. 그렇게 종잣돈을 만들어서 재테크 하는 버릇을 들여야 해요. 그래서 신입사원들에게는 자동차를 사면 최소한 차값에 유지비를 포함해서 5천만원은 잃는 거라고 하지요. 그렇게 편하게 마음먹고 살면 일이 잘되는 거예요.


일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시나요?

-제가 김수로왕 49대손 왕손이라 점잖은 체면에(웃음) 달리기 하는 것 빼고는 다양한 스포츠를 즐깁니다. 스쿠버다이빙도 하고 승마도 해요. 승마도 장비만 사지 않으면 2만원이면 할수 있는 운동이예요. 그렇게 식구들과 주말에 말을 타고 돌아오는 길에 함께 식사라도 할수 있으면 행복한 거예요. 고소공포증만 아니면 패러글라이딩하고 경비행기를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시간만 나면 여행을 권합니다. 자식이 셋인데 막내는 아직 고등학생이예요. 아이들이 대학 다닐 때는 돈을 빌려서라도 여행을 다니게 했어요. 50일씩 여행다니면서 배운 것이 많을 거예요. 어렵게 사는 아프리카 같은 곳을 보내요. 그런 곳에서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하지요. 직원들이 속썩일 때는 ‘저런 놈은 북한에 보내서 고생하는 모습을 보게 해야 한다’는 말도 해요.


여행을 권하시는 것 말고 자식들을 키우실 때는요?

-거짓말하지 말고 가출하지 말고 자살하지 말라고 하지요. 열심히 잘 놀아라. 그래야 큰일 한다고 말해줘요. 상위 3%를 위해서 나머지 97%가 희생하는 게 지금 교육이예요. 그런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건 어리석어요. 그래도 고시 봐서 사무관하고 둘째는 웨딩플래너 일을 해요. 막내는 아직 고1이고.


합병이후 감사중이시라는데

-1개월 넘게 받고 있어요. 감사가 끝나면 6월까지 공기업 평가가 끝나야 직원들 인센티브 정도가 결정되지요. 지난 해 통합 전에 양 공사 모두 기관 경고를 받는 수준이었잖아요. 직원들 사기를 높여 놓는 게 급한 문제예요. 합쳐 놓고 보니 부채가 많다고 난리예요. 그러니 100여명이 있어야 하는데 70여명으로 버티라는 거지요. 공사의 부채는 돈을 빌려다 사업을 하다가 잘못돼서 진 빚이 아니기 때문에 우려할 문제는 아니거든요. 경기가 나아지고 땅이 팔리면 풀리는 거예요. 정부가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임대주택을 많이 지으라는 바람에 생긴 건전한 성격의 부채예요.


동탄지역 주민들은 동탄개발이익금이 지역에 우선해서 쓰이지 않았다고 불만인데?

-감사 중에 5천억의 개발부담금을 화성시에 준다고 한 것은 공사입장에서 보면 잘못이라고 지적받았어요. 저희에게 사용처를 묻길래 감사관에게 ‘시에 주어야 할 돈이라고 해서 주었는데 그 용처를 내게 닥달한다고 될 일이냐?’ 고 되물었어요. 공사입장에서는 답답한 노릇이지요.


명품신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산에 호수공원을 넣은 것은 한강물을 끌어다 넣어서 가능했어요. 광교가 명품소리를 듣는 것은 경기도시공사가 그것에만 매달릴 수 있으니 가능해요. 하지만 경영효율화라고 해서 지금은 예전 인력의 절반으로 해야 하니 질적으로 떨어지지 않는 도시를 만들려면 여간 애를 써야 하는게 아니예요. 고객의 니즈에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잘 팔리는 작품을 만들 수 있잖아요. 하지만 현실적인 요구에 최대한 맞추기 위해서 노력하는 거지요.(김용현 기자)



Posted by alli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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