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한동안 외삼촌집에서 자랐다. 한창 예배당에 다니는데 재미를 붙인 내게 외삼촌은 이해가 안되는 주정뱅이였다. 그런 삼촌에게 친구가 있었다. 대낮부터 술에 잔뜩 취해서 길에서 나자빠진 탓에 옷에 온통 흙투성이를 해가지고 들어서면 또 다른 주정뱅이 삼촌은 좋아라 맞으셨다. 그리고는 어김없이 내게 술심부름을 시키셨다. 주전자를 들고 술을 사러 다니는 내모습이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었다. 한번도 맨정신인 적이 없던 술주정뱅이 외삼촌의 친구 아저씨가 더 미워지곤 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귀천'이라는 시를 처음 읽었다. 이런 시를 지은 사람은 천사같은 사람일거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외삼촌의 술친구 주정뱅이 아저씨였다.

혼란스러웠다. 눈으로 보는 사람과 알려진 사람의 간극이 이리도 멀단 것을 처음 알게 된 경우였다. 사람을 판단하지 말 것과 내가 본 부분은 그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해준 사람이었다.

Posted by alli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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