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향토사연구회 일원으로 과천구술사를 받아적기 시작한지 4년차다. 46명의 노인을 만나 살아 온 이야기를 들었다. 올해는 그 이야기를 정리해 책으로 내는 해다. 

녹음을 풀어 문장을 만들어 46명에게 등기로 보냈다.

받으실 즈음에 전화를 드려 수정사항이 있는지 물었다.

기가 막힌 것은 우리가 만난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어르신이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 내 얘기를 속속들이 잘 알고 썼느냐?" 고 물으신다. 나는 우리가 만나게 된 계기와 찾아간 여정 그 자리의 분위기, 눈빛, 냄새까지 기억하고 있는데......그리고 눈을 가늘게 뜨시면서 어린시절을 회상하고 미소를 지으시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데......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이 치매들어 자식들 고생시키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란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일을 이래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아무것도 소용없다.

망각은 최고의 치료제라 한다. 유년시절 고통스러운 기억은 세월이 지나면서 아픈 부분은 깍여 나가고 아름답게 미화되어 다시 저장된다고 한다. 그러니 아름다운 기억을 가지는 것이 최고의 투자다.

구술사를 하면서 얻은 최고의 소득은 아침마다 "오늘은 무슨 일을 해야 재미있을까?"를 주문처럼 외치게 되었다는 것이다.

 

Posted by allind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