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팔도 회장께서 회고록을 보내오셨다. 2018년 인터뷰 당시 언급이 있으셔서 기다리던 책이다.

후기를 보니 3년 정도를 새벽 2시부터 휴대전화 메모장에 기록하는 방법으로 기록을 시작하고 매일 한 번씩 2400여회를 고쳐 읽으며 만들었단다. 

가장 놀라운 점은 기록의 보존이다. 형님의 전사통지서부터 홍인의 창업 당시 기록물까지 그의 꼼꼼함에 혀를 내두른다. 통상의 회고록이 미화된 일화를 작가가 다시 쓰는 소설류가 대부분인데 반해 정회장의 회고록은 법원에 내는 증거자료일람을 방불케 한다.

방대한 자료를 고르고 골라 배치하고 보니 본문이 터무니 없이 6호 정도로 작아진 것이 흠이다. 하지만 정팔도 회장의 성격을 아는 사람이라면 수긍하리라. 

제목이 갖는 의미도 무게가 있다. 본문 어디에도 왜 이런 제목을 붙였는지 설명은 없지만 430페이지를 다 넘기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를 위기에서 건진 것도 신뢰였고 그가 돕는 사람들에게 바라는 것도 신뢰다.

인터뷰를 업으로 하다보면 '회고록을 내시라' 권하는 경우가 있다. 평생의 기록이 후세에 길안내가 된다는 생각에서다.

그런 면에서 정회장의 회고록은 모범답안이다. 자기 자랑이 아니라 걸어 온 길을 꼼꼼한 자료를 증빙으로 제출한 일생록 같아서 그렇다. 

세상 끝날 하느님 앞에 두 책이 있다. 하나는 생명책으로 거기 이름이 있으면 천국에 가고 그렇지 않으면 영원한 지옥행이다. 다른 한 책에는 그가 평생 살면서 행한 일이 기록되어 거기에 따라 상급을 받는단다. 정팔도 회장의 이번 회고록은 그 때 천사가 펼 책을 미리 보는 것 같다.  

 

Posted by allind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