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에 사이버대학에 같이 다니자고 했더니 빼더라구요. 그런데 올해 입학했다고 하는 거예요. 대견해요. 콜센터에 이직해서 인정받는 사람이 된 거예요. 회사에서 진학도 도와준다고 해요"

 

조정숙 위원이 5년 전 이모가 되어 인연을 맺은 피해자 근황이다.

 

"처음 사무처장님 소개로 아이를 만났을 때는 사람들하고 어울리지 못해서 힘들어 했어요. 그런데 이젠 적응해서 회사에서 우수사원 표창을 받을 정도로 밝아졌어요. 옆집 사시는 할머니를 자발적으로 도와드리는 데까지 나간 거예요

 

자기 감정을 드러내기 까지 5년이 걸리더란다. 5년 동안 조 위원은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실감했단다. 센터에서 지낼 곳을 찾아봐주고 챙겨주고......무엇보다도 누군가 곁에 있다는 느낌을 같게 해 준 것이 결실을 보는 것 같아서 흐뭇하단다.

"어떻게 보면 내 아들들보다 나아요. '날씨 추운데 이모 따뜻하게 입고 외출하세요'라고 문자를 보내와요

 

비결이라면 유난스럽지 않게, 자연스럽게 지켜봐주는 거란다. 내 아들들 대하듯이 대하고 만나서 아이가 좋다는 국밥 먹고 같이 걷다가 맘에 들어하는 눈치면 티셔츠 하나 사주고......그러면 아이가 밥 사겠다고 하고......하지만 그 자연스러움이 어려운 일이라는 건 독자들이 알리라.

 

조정숙 위원은 아이들이 자라면서 범계중, 평촌고 학교운영위원회 일에 관계하면서 청소년과 상담 봉사의 길에 발을 들였다.

 

학교운영위원회로 시작해서 스카우트를 오래하며 아이들을 돌보는 '이모' 역할을 오래 했다.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조정하고 중재하는 일을 했다. 지금도 복지관에 들렀다가 사회봉사자들 틈에 있는 중학생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말을 붙이는 사람이다.

 

지역봉사단체장들이 그녀를 민주평통으로 이끌었고 거기서도 새터민 아이들을 후견하는 일을 맡았다. 자연스럽게 안양법사랑 청소년 상담으로 이어졌고 안양범피 이종찬 사무처장은 그녀를 눈여겨 보았다. 그리고 상담에 그치지 않고 이모가 되어 달라고 부탁했었다.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배운다. 넉넉한 형편이었던 어린시절 그녀의 어머니는 복숭아 수확철이면 크고 좋은 것을 골라 대문을 열고 동네 아이들을 먹였다. 감자 수확을 위해 동네 아줌마들이 일하러 오면 어머니는 크고 좋은 걸 골라 들려 보냈다. "저 이들은 시간을 팔아 돈을 벌어야 하니까 깎기 좋은걸 주는 거야. 우리는 시간 여유가 있으니 작은 걸 깎아 먹으면 되지" 하시던 어머니셨다.

한동안 온나라에 알려진 큰 사건 피해자를 안양센터가 케어하게 됐다. 피해자 가정을 만나는 일을 조정숙 위원이 하고 있다.

 

"어느 날 전화가 왔어요. '언니, 센터가 아니었으면 나 자살했을거야. 누가 철마다 김치 담가주고 명절이라고 선물을 해주고 농장에 채소 심으러 가자고 말 걸어 주겠어. 그중에서도 이렇게 전화할 수 있는 언니가 있어서 좋아.' 하더라구요"

 

조정숙 위원이 바라는 건 센터를 돕는 이들 모두 잘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새해에는 이사님들 하시는 사업들이 더 잘됐으면 좋겠단다. 그래야 센터가 하는 일을 든든하게 뒷받침해 주실 거라 믿기 때문이다.

(2023.1.16 안양 민주평통사무실에서. 조정숙위원은 평통 감사다)
Posted by alli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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