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식 / 한무리 나눔의 집 대표
군포시 당정동 공단빈민지역에 위치한 한무리교회는 지난 4월 30일 상을 하나 받았다. 출석교인 40여 명의 작은 교회지만, 지역의 빈곤 가정을 지원하는 등 지역사회 조직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상의 이름도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상’. 이 상은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사회복지위원회가 시상했으며, 전국 11개 교회가 받았다.
상을 받아온 한무리교회 부설 ‘한무리 나눔의 집’ 문경식 대표는 “상금이 100만원밖에 안 된다”면서도 “기독교단체 중 정파와 교파에 상관없이 활동하는 기윤실에서 준 것”이라며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그 얼마 안되는’ 상금으로는 "숙원사업인 교회간판 만드는 데 보태 쓸 것"이란다. 그러고 보니 진짜 교회간판조차 없는 교회, 한무리교회는 그런 교회였다.
상 받은 교회 중 교인이 1,000명이나 되는 다른 교회는 문 대표에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구군포다리 개천가 빨간 벽돌 건물. 이것이 한무리교회의 또 다른 주소다. 구군포다리는 안양과 군포를 나누는 경계로 다리를 지나면 안양이고 교회 쪽은 군포다. 이렇게 시 접경지역인 관계로 문 대표는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관할 지자체는 군포인데 빈곤가정 아동 공부방과 결식아동급식소의 아이들은 안양 아이들이 많았다는 것. 이런 문제 말고도 문 대표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또 있다. 공장들이 외곽으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 구군포다리는 소위 ‘농심다리’로 불릴 정도로 이 근방 전체가 공단지역으로 유명했는데, 이제는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공장사람들과 함께 해야 할지, 개발비용을 받아 이동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커진 것이다.
“이 근방에 유한킴벌리도 있었는데, 이런 공장들이 외곽으로 옮겨가면서 노동자들의 주거지도 자연스레 이동했죠.” 문 대표는 “90년대 들어 민중교회가 다들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다”며 말을 이었다. “초창기 노동자들 중심의 사업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주노동자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정부에서 노동사무소도 만들어 운영하는 등 꼭 여기서 감당 안 해도 되는 상황이 도래한 거죠. 그래서 자연스레 그 자녀들의 문제, 즉 가정의 문제를 짚어보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문 대표에 따르면, 그래도 ‘한무리 나눔의 집’은 그 혼란상을 뚫고 재빨리 다른 출구를 선택한 셈이다. “공부방계에서 한무리는 전국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걸요? 지금은 2천여 개나 되는데 말이에요. 아! 명함 많은 거 싫어했는데 이제 제가 그래요.” 문 대표가 내민 명함은 총 네 장. 그는 ‘한무리 나눔의 집 대표’ 이외에도 ‘안양·군포·과천·의왕 사랑의 쌀 나누기 사업단 사무국장’, ‘난치병 어린이 돕기 운동본부 사무국장’, ‘안양뉴스 발행인’ 등의 직함을 갖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문 대표는 이념을 중시했다.
“우리가 운영하는 노인참여 나눔터는 공동체적 감수성을 제고하고 있죠. 같이 비누도 만들고, 힘든 분이 다른 힘든 노인을 돕는 두레라든가, 이런 걸 모태로 탄생했죠. 대한노인회에 반하는 성격의 ‘한국헬프에이지’도 이런 과정에서 탄생했답니다.”
지역의 노동환경상 일요일도 특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주일’이라고 해봤자 교인도 거의 없는 한무리교회. “교회에 나오라고 단 한 번도 강요한 적 없는” 문 대표는 지역사회조직을 한 지 이제 6년차다. 그간에는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20년차인 담임목사는 3년째 간암으로 투병 중이다. 문 대표는 "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하면서 피해·소외당하는 사람들과 언제라도 같이 할 생각”임을 강조한다. 그것이 담임목사의 뜻을 이루고 하늘의 뜻을 땅에 이루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2007년06월03일 ⓒ민중의소리 / 월간말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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