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쓰는 경찰관 화성동부경찰서 경무과장 전갑성
화성동부경찰서 화장실. 소변기에 재미있는 글이 붙어있다. “소변기의 건의사항 / 아랫배가 후련하다고//속이 시원하다고//자꾸 선심 쓰시는데//배 터지도록 받아먹는//이 놈의 입장도 좀//조금은 생각하여 주십시오//제발! 기왕에 주시려거든//한 발 더 앞당겨//성의 있게 베풀어 주십시오” 빙그레 웃음이 나게 하는 글이다. 그동안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를 최고의 글로 알고 지내던 방문객들이 물어 물어 이 글을 쓴 사람을 찾아간다. 2층 경무과에 동부경찰서 살림을 맡는 전갑성 경무과장(57세)이 주인공이다.
부드러운 인상에 전과장은 이미 1993년 [문학세계]를 통해 등단한 시인이자 수필가. 문인협회 수원지부회원이고 경기시인협회 수필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작가다.
“아이고 대단한 일이 아니예요”라고 손사레를 치는 전과장에게 치근덕 거렸다. “그저 생활속에서 내가 보고 느낀 점들을 글로 남기다 보니 양이 제법 된 거예요. 그래서 화장실과 휴게실에 붙여 놓았더니 직원들과 방문객들께서 좋아 하시는 분들도 생긴 거지요”라고 겸손해 한다.
수원이 집이라 버스로 오가며 시상이 떠오르면 메모해 두었다가 틈틈이 퇴고해서 완성도를 높인다. “운전을 하면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감상들이 있어요. 그걸 표현하려고 하는 거지요”
사물을 보는 시각은 날카롭다. 저녁 취침 전에 점호를 받기 위해서 관물함에서 옷가지를 꺼내서 정리하는 의경들을 보면서 의사가 수술하기 위해서 배를 열어 놓고 하나하나 흐트러진 양말과 이름표를 제자리에 갖다 놓듯이 엄숙한 모습을 묘사한 글도 있다. 수술을 마무리 하면서 어느덧 의사가 된 의경은 정신적인 세계를 정돈하는 경지에 까지 올라가는 모습을 시로 표현했다.
“시는 쉬워야 해요. 자기만 알 듯 한 어려운 말로 쓰고 싶지 않아요. 그러면서도 읽은 사람에게 울림이 있는 시를 쓰려고 해요” 자기만의 시세계를 다부지게 구축한 그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건네받은 명함 뒤에는 [밥 과 법]이란 시가 있다. 따끈따끈한 밥을 매일 먹는데 그 밥이 법이고 그 밥이 때로는 설익거나 땅에 떨어져 쓰레기가 되기도 한다. 물고기 떡밥이 되기도 하는 밥이 낚시코에 꿰이면 미끼가 되기도 한다는 표현을 넘어 시인 자신은 사람들의 허기를 채워야 하는 밥이 아닌 기름 잘잘 흐르는 법이어야 한다는 성찰로 이어진다. 기막힌 반전이다.
이렇게 쉽지만 예사롭지 않은 시를 써서 주변에 또 다른 잔잔한 감동을 전하는 그에게서 시 몇편을 받아들고 돌아오면서 이런 생활시인들이 더 많아 지기를 바랬다.
가장 최근 작을 소개한다. 겨우내 참았던 꽃망울을 터뜨리는 봄. 꽃나무들을 보면서 전쟁을 하는 것처럼 아우성치는 소리를 듣는 시인의 감성이 그대로 전달되는 아주 쉽게 다가오는 시다. 꽃들의 전쟁에서 사람사는 일 또한 전쟁이라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가는 후반부의 표현은 시인이 그저 감상적인 글만 매만지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본 사물을 통해서 한 차원 높은 세계를 바라보는 예술가의 눈을 가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한다.(김용현 기자)
봄의 전쟁
연일 TV 일기 예보에서
도발 징후가 농후하다고 떠들썩거렸다.
사는데 바쁜 사람들은
눈 하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남침이 아닌 육상 침투 전쟁
길가에 나무들은 발발을 예감했던지
겨우내 움추렸던 왕벚꽃 나무가
눈망울을 휘둥그렇게 뜨고 몰려나왔다.
드디어 팡팡팡
총탄으로 뿌옇게 탁해진 거리
울컥울컥 백목련이 헛구역질을 하고
여기저기 골짜기도 부르짖었다
폭격 맞은 앞산은 온통 불바다
뒤늦게 피란길에 오른 사람들
수런수런 무성한 뜬소문도 가세하여
지상을 아예 전쟁터의 도가니로 쓸어 덮었다
어느 한 사람 살상자 없이
자연이 들고 일어나 외치는 함성의 전쟁
희망이 있는 싸움은 더없이 환하고
빛이 보이는 투쟁은 저렇게 깔깔대며 즐거운 것인지
취업전쟁에 경제 한파전쟁
평생, 전쟁에 파묻혀 사는 우리들
뇌출혈로 스러져 죽어도 행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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