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는 1936년 태어난 곳 주소와 현주소가 같다. 인구의 10%1년에 1번 이상 이사를 하는 우리나라 통계에 비하면 특별하지만 부러움을 사는 경우다.

 

전주이씨야. 태조 이성계의 셋째 아드님 방의 후손으로 5대조 할아버지께서 과천에 자리를 잡으셨어요. 안골을 중심으로 선바위 쪽부터 식유촌 있는데 까지......전에는 신동면이었는데.... 뒤에 산을 포함해서 28천 평이야. 손자까지 7대가 이 자리에 고대로 살고 있어요.”

 

옛날에 다 집성촌이었지. 여기 10여 호 집들이 다 집안네야. 전주이씨.....선바위에는 뒷골 협촌(합천)이씨, 고령신씨네가 살았고 삼거리에는 남궁씨네 광창이에는 송씨네가 살았었지.”

 

“5백년을 여기서 산거야. 문중산이 있으니까....... 하지만 요즘엔 벌초하기도 쉽지 않아서 15년 전 쯤 돼서 내가 문중회장을 할 때 150여기를 수습해서 저기 전라도 화장장에 가서 화장을 해서 납골묘에 모셨어요.”

 

과천 다른 동네는 도시계획으로 수용되고 살던 사람들이 터전을 내주고 옮겨 살아야 했지만 이곳 안골은 아무런 변화 없이 시간을 그대로 쌓아가며 살고 있다.

 

“1965년에 예전 초가집을 헐고 한옥을 지었어요. 뒷산에서 나무를 베어다가 깍귀로 일일이 다듬는데 백일이 걸렸고 거기다 석 달이 더 걸려 한옥으로 지었어요. 그걸 그대로 보존하고 싶었는데 1970년대 들어서 취락구조 개편사업을 한다고 해서 지금의 집으로 고쳐 지었지요.”

 

이씨네 집은 안골 맨 안쪽 산허리에 탁 트인 광창마을 쪽을 내려다보고 있다. 간식으로 내주신 감은 마당 한쪽에 심어 놓은 것으로 실하고 달다. 뒤쪽에는 밤나무가 울창하다.

 

밤이 잘 됐어요. 삼태기로 주워다 뒷마당에 수북하게 쌓아놓고 풀을 베다가 덮어놓았다가 밤송이를 발라내고 내다 팔았지. 남대문에 몇 가마씩 팔곤 했어요.”

 

아버님께서 한학을 하셨어요. 서당을 하셔서 광창마을, 주암동, 읍내에서 온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셨지요. 곁에서 도우면서 나도 맹자까지는 뗐어요. 나중에 크게 도움이 됐지요.”

 

이씨는 과천초등학교 36회 졸업생이다. 입학할 때는 시험을 봐서 합격자는 초등학교를 다니고 불합격자는 공회당에 있는 강습소를 다녔다고 한다. 1945년 해방되고 이씨가 3학년이 되던 해에 강습소 다니던 아이들은 과천초등학교를 함께 다니게 됐다.

 

갈현리 오씨네가 집안이었어요. 오교장께서 봐주셔서 입학이 됐는지 어쩐지 합격이 됐어요. 청계, 말죽거리에서 전부 걸어서 과천초등학교를 왔어요. 광챙이, 괭맹이에서도 오고.... ”

 

6·25 전쟁이 나자 이씨네는 친척이 있는 경기도 광주로 피난을 갔다 왔다.

 

당숙께서 서울에서 말 달구지를 가지고 장사를 하셨어요. 그 달구지에 짐을 싣고 피난을 갔죠. 돌아오니 집에는 피난민들이 가득 했어요.”

 

사내아이 넷을 키웠어요. 애들 가르치느라 목장을 한 10여 년 했어요. 젖소 여덟 마리에서 하루 1,2통 우유가 나오면 남태령 아래나 삼거리 박씨네 비료가게 옆에 갖다 놓으면 서울우유협동조합에서 가져갔지요.”

 

막내아들은 이씨 집 옆에 산다. 작은아들이 과천시의원을 지낸 이원희씨다.

 

원희가 과천청년회의소를 다닐 무렵 출마한다고 해요. 안전하게 과천동에서 하랬더니 중앙동에서 출마해서 당선됐죠. 임기를 마치더니 제주도 가서 사업을 한다 그러더니 녹차재배에 빠져 지내요.”

 

이씨는 젊어서 이장을 하고 바르게살기협의회장, 시정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평화민주당 시흥군 부위원장, 과천면책도 지냈다. 1991년에는 무소속으로 기초의원에 출마하기도 했었다.

 

친구들이 살만한 사람이 왜 야당하느라 고생을 하느냐?’며 여당으로 옮겨서 직접 출마하라고 하곤 했어요. 왜 정치에 들어서게 됐는고 하니 산본에 이재형 국회의원과 종친인데 그 분이 이 모씨가 과천에 국회의원으로 나가게 됐는데 좀 도와달라는 거예요. 그래서 하게 됐지요.”

 

과천 대부분이 도시계획으로 땅이 수용되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옮겨 살게 된 이들이 많다. 이씨네는 그 영향을 거의 입지 않고 지낸 경우다.

 

(2021.10.18. 안골 자택에서)

Posted by allinda
,